최면

1. 최면이란?

최면법 또는 최면술이라고 불리는 일정한 방법으로 의도적·인위적으로 야기되는 인간 유기체의 특수한 상태 및 그것이 원인이 되어 생기는 심리적·생리적인 일련의 현상들.

상태는 수면과 각성()의 중간적 특징, 특히 잠들 때의 상태와 비슷하나 수면과 분명히 구별된다. 피암시성()이 현저히 앙진되어 평소와는 다른 의식성()이 특징이며, 의식이나 운동·지각·기억·사고·상상·감정 등의 여러 심리학적 활동, 뇌파근전도(), 위장, 순환기계, 자율신경계 등의 생리학적 활동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최면을 유도하는 수단을 ‘최면법’이라 하고 타인에 의해 유도되는 것을 ‘타자최면’, 자기 자신이 유도하는 것을 ‘자기최면’이라 한다. 둘 다 준비된 일련의 암시 계열에 차례차례 반응시킴으로써 암시에 대한 반응의 용이성, 즉 피암시성을 서서히 항진시키면서 아울러 의식성의 변화도 강화하는 것이 골자이다.

이때 타자최면에서는 유도자()와 피험자() 사이에 특히 밀접한 인간관계가 필요한데, 그것을 라포르(rapport)라 부른다. 자기최면에서는 심신의 이완()과 암시반응을 위한 학습 및 훈련이 필요하다. 최면은 인류역사와 더불어 존재했다고 일컬어질 만큼 예로부터 세계의 어느 지역에서나 행해졌고, 특히 원시적 종교의식이나 의료 ·사회적 습관 등에 가지가지 형태로 이용되어 왔다. 과학적 연구는 F.A.메스머와 J.브레이드에 의해서 시작되었다고 하여 최면을 메스머리즘, 브레이디즘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특히 브레이드는 이것을 수면의 한 형태로 생각했기 때문에 잠을 의미하는 히프노(hypno)라는 말에서 히프노티즘(hypnotism)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현재도 그것이 사용된다.

최면 거는 사진
2. 현상

최면 중에는 ‘∼이 된다’느니 ‘∼라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등의 암시에 의해 몸이 뒤로 넘어지기도 하고, 팔이 떠오르거나, 또는 눈꺼풀이 감기는 등의 관념운동현상을 흔히 볼 수 있다. 손이 벌어지지 않고, 팔이 구부러지지 않으며, 발이 방바닥에서 떨어지지 않는 등 이른바 강경증(catalepsy)도 있고, 실제의 지각자극()이 없는데도 지각경험을 하는 것 같은 환각은 미() ·후() ·촉() ·청() ·시() 운동 등의 여러 영역에 나타난다. 또 자기의 이름이나 연령, 그 밖의 기억을 잃었다고 느끼는 건망, 심신기능이 개체발생적으로 과거로 되돌아가는 퇴행(退), 현실적으로는 존재하는 것을 없다고 인지하는 부()의 환각 등도 보인다. 최면중의 경험을 각성 후에 잊어버리는 후최면건망(), 최면중의 특정암시만이 각성 후에 특히 명료하게 재생 ·수행된다는 후최면암시() 등도 보인다.

또 따뜻하다는 환각에 수반해서 피부온()이 상승한다든가, 고기를 먹었다는 환각경험 후에 오줌 속에 배출되는 단백질의 양이 는다든가, 분노나 공포의 감정 때 맥박이나 위장운동이 변화하는 것과 같이 심리적 변화에 따르는 생리적 변화, 즉 정신신체 상관현상도 나타나기 쉽다. 이런 현상들은 특별히 최면 때에만 나타나는 특수한 것들은 아니며, 정상시에 널리 존재하는 극히 일반적인 심리적 ·생리적 현상인데, 평소에는 다른 여러가지 조건에 방해되어서 나타나기가 어려울 뿐이다. 최면은 그런 마음 속의 미묘한 움직임을 비교적 순수한 형태로 명료하게 보여준다. 그 때문에 심리학이나 생리학에서는 정상자에 대해서나 이상자에 대해서 최면을 이용해 그들 심신의 여러 기능을 실험적으로 조사하는 분야가 최근에 특히 발전하였다.

옛날에는 최면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상인에 한한다고 여겨졌으나, 현재는 조건만 갖추어지면 정상자 누구에게서나 볼 수 있는 극히 당연한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최면을 일반적인 심리학적 법칙과 생리학적 사실에 의해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거듭되었다. 예컨대 조건반사나 습관 ·학습 등의 이론들로 설명할 수도 있고, 심리학적인 동기학설()이나 사회심리학적인 역할이론()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각성수준()이라는 개념을 써서 뇌생리학적인 연구가 추진되어 최면중의 갖가지 정신신체 상관현상이 해명되었다. 따라서 최면은 본디 심리현상이면서도 생리학 ·생물학 ·심리학 ·사회학 등의 접점()으로서 인간 연구자에게는 극히 중요한 대상으로 최근 더욱 중요시된다.

3. 응용

최면은 심신기능을 강화하기 때문에 이것을 의료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일찍부터 행해져 여러 가지 새로운 치료법을 탄생시켰다. 메스머는 최면중에 비상한 항진을 나타내는 피암시성을 이용해서 ‘암시요법’을 행하였기 때문에 뒷날 최면요법이라고 하면 암시요법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오해하게 되었다. 그 후 E.쿠에가 자기 자신에게 암시하는 자기암시요법을 썼기 때문에 그것을 쿠에이즘(Coueism)이라고 부른다. 뒤에 J.H.슐츠가 자기최면에 의한 치료체계를 만들어 자율훈련법(:autogene training)이라 명명했는데 오늘날 치료법 ·건강법으로서 널리 쓰인다. 브레이드는 최면중에 통각역()이 저하하는 것을 이용하여 대퇴()절단 등의 외과수술을 최면무통() 상태에서 성공시켰다. 그 후 치과에서 최면은 치과적 처치를 위한 무통과 마취효과 촉진에 쓰이고, 입에 관한 정신신체현상이나 습벽() 등의 컨트롤에 원용()하게 되었다.

또 분만시의 무통이나 정신적 안정을 위해 최면암시가 쓰인다. 심신의 과도긴장을 배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상의 정신적 건강의 유지, 운동선수의 ‘흥분’ 대책, 뇌성() 마비자 등의 지체부자유자의 리허빌리테이션에도 이용되는 길이 열렸다. 또한 최면의 역사는 수많은 현행 심리요법을 탄생시켰음을 보여준다.